봄까치꽃(봄까지꽃, 큰개불알풀)

“까꿍!”

내가 꽃을 놀래킨 것일까? 꽃이 날 놀래킨 것일까? 생강나무보다 서둘러 꽃을 피워낸 앙증맞은 이 꽃을 자세히 보기위해 나는 최대한 눈 높이를 낮춘다.

그리고

봄까치꽃의 열매(큰개불알풀의 열매)
출처: Go Botany

봄까치꽃이라고도 알려진 큰개불알풀(오오이누노후구리, オオイヌノフグリ, 大犬の陰嚢)이다. 위에 있는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식물의 열매의 생김새에서 비롯된 이름인데, 크게 소리내어 부르기에 조금 난감하다. 게다가 이 이름에 대해 일제강점기에 이른바 창씨개명 당한 우리의 꽃이라는 억울한 심경을 드러내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본래 우리가 불러주었던 이 식물의 이름은 무엇이 있을까? ‘봄까지꽃’이 있다. 이른 봄에 시작해 봄이 끝날 무렵까지 계속 꽃이 피었다가 초여름께 가뭇없이 사라지는 속성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또 ‘봄까치꽃’이라는 이름도 있다. 열매의 생김새나 식물의 속성보다는 이 꽃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대로 투영한 예쁜 이름이다. ‘기쁜 소식’이라는 꽃말처럼, 이곳 저곳에 봄 소식을 알리느라 날갯짓이 바쁜 까치를 금세 떠올리게 되니, 이 땅에 아름다운 이름 하나 더 보탠 작명가는 누구였을까? 큰개불알풀, 봄까지꽃, 그리고 봄까치꽃….. 기왕에 있는 이름들이고 나름대로 이 식물의 특성을 반영한 이름들이라면, 누구라도 부르기에 편안한 이름으로 정리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봄까치꽃을 앞세워 이제 생강나무, 매화, 산수유, 진달래, 목련, 개나리….. 투박한 겨울옷을 떨치고 하루하루 새롭게 세상에 등장할 봄꽃들의 다채로운 색과 향의 향연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봄날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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