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맛-해당화 열매차

향기가 매혹적인 해당화

해당화(海棠花, Rosa rugosa)가 중요 소재가 되는 동요나 가요의 가사를 보면 이 관목은 꼭 바닷가에서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주변 아파트 화단이나 공원에서 피어난 해당화의 붉은 꽃을 보고도 결코 해당화일리 없다고 단정짓기까지 한다. 아마도 그 이름에 바다 해(海)자가 들어 있다보니 마치 바다가 이 식물에 대해 큰 지분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의외로 해당화는 배수가 잘 되고 양지바른 곳이라면 주변 어디에나, 산기슭 혹은 호수 주변에서라도 잘 자랄 수 있는 장미과의 식물이다. 이 꽃의 향기에 매료되어 불쑥 다가가거나 꽃 줄기를 잡아 흔들거나 하지는 말자! 반드시 벌들이 호위병처럼 나타나 매우 공격적으로 그들의 밀원(蜜源)을 지켜내려 신경을 곤두세울 것이니 말이다.

해당화 열매

해당화의 한약명은 ‘매괴화’이다. 해당화의 빨간 열매가 중국에서 나는 ‘매괴'(玫瑰)라는 붉은 돌을 닮아서 이런 이름을 지어준 것 같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해당화를 매괴(玫瑰)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열매는 8월이면 황적색으로 익어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꽃과 열매 모두 관상용으로 훌륭할뿐만 아니라 식용이 가능하다. 특히 열매는 요즘 멀리 북구 유럽에서 수입 판매되는 ‘로즈힙'(Rose Hip)에 뒤지지 않는 영양과 맛을 지녔다.

다부지게 보이는 해당화 열매

납작한 홍옥같이 보이는 해당화 열매 하나를 골라봤다. 제법 단단하다. 우리에게 이로운 무언가를 다부지게 담고 있을 것 같다. 이 열매에는 항산화제로 잘 알려진 폴리페놀의 일종인 카테킨(Catechin) 성분이 있다. 이 성분은 암세포와 결합하여 몸 밖으로 배출된다고 하니 이 열매가 그냥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인간에게 참으로 이롭기까지 하다. 또 비타민 C로 알려진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이 풍부하다. 이 비타민은 수용성이어서 차로 우려 마시기에 적당하다.

막걸리로 쪄낸 해당화 열매

면포 위에 해당화 열매를 올리고 막걸리로 푹 익을 때까지 쪄냈다. 몰캉몰캉 반질반질 여름이 익었다. 유난히 뜨거웠던 이번 여름날들의 태양을 온전히 품은 빨간 맛의 열매.

완성된 해당화 열매차

한김 식힌 해당화 열매를 조심스레 꺼내 향을 입히고 완전히 말려 해당화 열매차를 완성했다. 해당화 열매의 크기가 각각이고 제법 큰 열매도 있어 약 사흘동안 건조했다.

유자쌍화차와 섞은 해당화 열매

차를 만드는 수고로움은 이렇게 차를 마시는 즐거움으로 쉽게 잊혀진다. 유자쌍화차나 홍차와 블렌딩하여 마시니 깊은 맛이 더하다. 보통의 꽃차나 잎차보다 탕으로 우러나는데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다관 안에 동글동글 자리하고 있는 열매를 바라보는 ‘잠시’, 미소를 머금게 되는 것만으로 나는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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