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조릿대잎차

‘입춘이 언제쯤이더라?’하고 달력에 눈이 갈 즈음이면 왠지 푸릇푸릇한 잎차의 맛이 그리워진다. 하물며 동네 직박구리들도 겨우내 먹던 산수유 열매에 물렸는지 이리저리 바쁘게 옮겨 다니며 먹이활동을 하기보다 끼리끼리 수다에 전념하는 듯하다. 다행스러운 건 우리나라는 사계절의 특징이 뚜렷하고 깊은 산들이 많으며, 크고 작은 섬 약 3,500여개의 섬들이 있다고 한다. 즉, 계절과 지역에 따라 생물군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어 차 … Read more

빨간맛-해당화 열매차

해당화(海棠花, Rosa rugosa)가 중요 소재가 되는 동요나 가요의 가사를 보면 이 관목은 꼭 바닷가에서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주변 아파트 화단이나 공원에서 피어난 해당화의 붉은 꽃을 보고도 결코 해당화일리 없다고 단정짓기까지 한다. 아마도 그 이름에 바다 해(海)자가 들어 있다보니 마치 바다가 이 식물에 대해 큰 지분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의외로 … Read more

파랑주(酒)

가을이다. 봄꽃을 보며 난생 처음 꽃을 본 사람처럼 호들갑을 떨고, 자람새가 빠르고 색이 강렬한 여름꽃에 매료되어 내 역량을 넘어서는 많은 양의 꽃차를 만들다가, 어느 날 가을이다. 문득 그렇게 깨닿는다. 날짜로가 아니라 후각으로 먼저 알게된다. 내 앞에 놓인 꽃 향의 결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산국의 향을 앞에 두고 여름꽃에 연연할 수 있을까? 사람의 입맛 … Read more

빛의 맛 – 마리골드꽃차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늘 각성 상태를 유지하느라 만성피로증후군에 시달리는 우리 몸의 파수꾼, 눈. 장기라 하면 뼈, 근육, 피부 그리고 털로 단단히 보호해야 하는 중요하고 연약한 기관들인데, 어찌 사람의 눈은 이렇게 충격이나 자극에 취약한 위치에 자리한 것일까? 쉽게 상할 수 있는 위험을 무릎 쓰고라도 ‘보는’ 행위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얻어 찰나를 살아내기 위해 … Read more

화려하거나 혹은 소탈하거나

만첩빈도리

만첩빈도리를 만나다 오늘 오후부터 장마를 알리는 비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좀 일찍 서둘러 혜령공원 여우길을 걸었다. 유달리 꽃이 많은 해인데, 장마 끝에 보지 못할 꽃이 있을까봐 조바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벌써 아까시나무꽃이 지고 밤꽃까지 시들어 밟히는 요즘인데, 어찌 저 하얀 꽃은 이른 더위를 여유 있게 견디며 피어있을까? 만첩빈도리였다. 빈도리처럼 줄기 속이 비어있는 데다 겹꽃이라 ‘만첩빈도리’라고 불리운다. 만첩해당화,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