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첩빈도리를 만나다
오늘 오후부터 장마를 알리는 비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좀 일찍 서둘러 혜령공원 여우길을 걸었다. 유달리 꽃이 많은 해인데, 장마 끝에 보지 못할 꽃이 있을까봐 조바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벌써 아까시나무꽃이 지고 밤꽃까지 시들어 밟히는 요즘인데, 어찌 저 하얀 꽃은 이른 더위를 여유 있게 견디며 피어있을까? 만첩빈도리였다. 빈도리처럼 줄기 속이 비어있는 데다 겹꽃이라 ‘만첩빈도리’라고 불리운다. 만첩해당화, 만첩조팝나무, 만첩산철쭉 등등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금만 수가 늘어도 ‘만(萬)’을 붙여 이름 짓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공원 나무들 가운데 주인공처럼 눈에 쉽게 띄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순백의 겹꽃들을 보면 절로 탄성이 나오게 되니 참으로 화려한 꽃이다. 반면, 그 줄기는 의아할 정도로 가벼워보인다. 지면에서부터 시작된 가지들이 한 아름인데, 누군가 키를 맞추려고 자른 듯한 그 가지들의 속이 텅 비어있는 걸 볼 수 있다. 어떻게 이토록 가벼운 줄기 끝에 저토록 크고 흰 꽃다발을 이고 있을까? 비울수록 채워지는 아름다움이다. 만첩빈도리와 빈도리 모두 일본이 원산지인데, 빈도리와 흡사하지만 빈도리 보다 꽃이 먼저 피는 우리나라 자생종 ‘말발도리’도 있다. 열매의 모양이 말발굽에 덧대는 편자와 비슷하게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산속 바위 틈새처럼 척박한 곳을 찾아 뿌리 내리는 말발도리. 이제는 작정하고 찾아 나서야 만날 수 있는 먼 친척 같은 말발도리. 내년 봄엔 산행을 하며 말발도리 꽃 구경도 잊지 말아야겠다.
정오가 지났을까? 예고한 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면 왠지 으슬으슬해서 살짝 맵싸한 초코목련꽃차를 마시고 싶다. 올봄 만첩빈도리처럼 희고 깨끗한 백목련으로 만든 꽃차이다. 따뜻한 온기를 감사히 여기며 이제 오후 일과를 준비해야겠다. 마침 찾아보니 만첩빈도리꽃은 특별히 알려진 독성이 없다고 한다. 꽃을 구할 수 있다면 차로 만들어 마셔도 될 것 같다. 세상은 넓고 꽃은 많다. 마실 수 있으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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